Travel and Places/Korea

을왕리 해수욕장

Jasonlee 2010. 1. 5. 20:17
학부시절 동기 중 한 명 집이 을왕리라는 이유로 춘계 엠티를 친구 집으로 간 적이 있었다. 1994년... 을왕리에 가기 위해서는 인천 월미도에서 카페리를 타고 영종도 섬까지 이동해야 했다. 항구에서 을왕리까지는 차로 약 30분 정도 이동해야 하며, 섬 내 이동수단은 을왕리까지 왕복 운행하는 버스밖에 없었다.

마지막 배는 저녁 7시 30분 배였으며, 이때까지 영종도 항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날은 꼼짝없이 섬에서 머물러야만 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데이트를 빙자한 1박 2일의 외출을 시도했던 사람도 있으리라~. 그 당시 영종도는 정말 조용한 곳이었다. 서해안에 보기 드문 모래사장의 해수욕장. 그 해수욕장 뒤로 농가들과 민박집들이 있었고 몇 개의 숙박시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정말 한적하고 낭만적인 곳이었다.

나는 아직도 카페리에 차를 싣고 바다를 지나면서 하늘을 나는 갈매기의 모습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어루 만지던 추억이 그립다. 그 후 2001년 인천 국제 공항이 들어서면서 영종대교가 건설되었고 그 이후 영종도는 섬이 아닌 육지가 되어 버렸다. 을왕리는 이때만 하더라도 조용한 곳이었다.

와이프와 결혼 후 을왕리를 찾았을 때 공항에서 을왕리 가는 길은 정말 험난한 길이었다. 그 이후 2007년 을왕리를 다시 찾았고 을왕리는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다. 첫 번째는 가는 길이 정말 좋아졌다. 인천공항에서 영종도를 순회하는 버스가 생기면서 을왕리에 잠시 관광하는 관광객이 늘었으리라 본다. 두 번째는 주변에 식당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회집이며 조개구이집이며 정말 많았다.

차를 이동하는 내내 식당 앞에서 연신 차를 식당 앞으로 대라는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 수신호가 정말 부담스럽다. 일명 삐끼, 바람잡이 이렇게 얘기하면 서운해 하실지 모르겠지만, 너무 많아서 차를 세울 곳이 없다. 그나마 주변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변가를 산책할 수 있었다.

2010년 다시 찾은 을왕리는 너무도 실망 스러웠다. 예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입구도 많이 정비되었지만, 사실 1994년에 찾았을 때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2007년 가족과 같이 방문했을 때 모습과도 사뭇 달랐다. 곳곳에 빼곡히 들어선 조개구이집이며 회집들, 거기에 모텔까지 많이 생겼으며, 주변에 콘도도 들어선 것 같다. 이제는 곳곳에 회집이며 조개구이 집 때문에 주차할 공간조차 없었다.

해변가 주차장에 늘어서 있는 XX가게 전용 주차장 간판들. 해수욕장에 언제부턴가 관광객이 아닌 가게가 땅을 점령하고 주차를 할 수 있네 못하네를 가늠하게 되었는지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바닷가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회나 조개 구이와 같이 음식을 먹기 위해 가기도 하겠지만, 바다를 구경하며 잠시나마 세상을 잊고 자연을 벗삼아 찾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바람쐬고 와서 우리집에서 회를 먹어라 조개 구워 먹어라~. 일단 바다 구경부터 좀 하고 나서요. 이게 을왕리의 현실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쉽게만 느껴졌다. 예전엔 그 앞을 지나가도 반가이 웃어주는 시골 인심이었는데, 이제는 상업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돈으로만 보이는 현실을 접하면서 정말 씁쓸하기만 했다.

그래도, 2010년 처음 찾아간 바닷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넓은 바다에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홀로 갯벌에 쓸쓸히 남겨진 닻을 보면서 고독이라는 것을 느껴 보기도 했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거닐때면 참 기분이 좋다. 매일 아스팔트에 시멘트로 된 보도블럭을 걷다가 푹신푹신한 모래를 밟으며 느껴지는 기분이 새로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모래사장을 거니는 그 때는 정말 상쾌하다. 거닐다 모래사장에 떨어져 있는 조개껍질도 만져보고 바라보고 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탈출, 여유로움은 언제라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