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and Places/Korea
보성 대원사
Jasonlee
2009. 12. 28. 01:30
섬진강의 가장 큰 지류이자 보성강을 막아 인공으로 만든 주암호. 그 호반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보성군, 화순군, 순천시가 만다는 경계선이 있고 대원사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대원사는 다른 절과 다른 특징이 있다. 대원사에는 태안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는데,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태아령이란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태아 귀신을 얘기하며 그러한 탓에 대원사는 다양한 볼거리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담장이 낮게 만들어져 있어 마치 유치원에 온 듯 하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태아의 생명도 존중해서 어머니 뱃속에서 10달을 채우고 나오는 그순간 1살을 먹은것으로 인정해준다. 태아의 생명을 중시하다 보니 서양의 나이계산법과 차이가 나는 것이다. 불자들은 이들 태아 귀신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화가 미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꼭 후손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미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명을 달리한 태아의 넋을 위로해 준다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최선의 애정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어두운 태아 귀신이야기는 접어 두자. 아름다움을 쫓아 달려온 여행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이 곳 대원사는 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이다. 먼저 15번 국도에서 대원사 입구까지 약 5-6km 의 포장도로가 매년 4월 중순이면 벚꽃터널을 이룬다. 물론 그 벚꽃터널 입구까지 가는 주암호 주변의 15번 국도는 한국의 아름다운길 10선에 들어간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또한 대원사 경내에도 이색적인 볼거리가 많다. 작은연못가 나무에 걸쳐있는 대형 염주와 목탁, 봉황이 종각 위에 내려앉은 황금 범종, 티벳 불교 미술관, 태아의 영혼을 고통과 원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비의 어머니라고 일컬어지는 태안 지장 보살상 등...
그러고보면 고찰 대원사의 내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원래 대원사는 백제 무령왕 3년인 503년에 신라 고승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다. 그 뒤 몇 차례 중창과 중건을 거쳤고 대화재와 6.25전쟁으로 모두 소실되고 극락전만 남은 것을 1982년에 해체 복원한 유서 깊은 절인 것이다.
대원사에는 잔잔한 볼거리 들이 많다. 낮은 담장 위로 곳곳에 명상을 할 수 있는 작은 나무판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하나 하나 읽어보면 마음 속 깊이 되새길 수 있는 명언들이 구구 절절히 적혀있다.
태아령을 위로하기 위한 곳이라 그런지는 모르나 이곳에는 연못이 많다. 어릴적 많이 봤던 빨간 고무다라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두었다. 연못에 핀 연꽃은 과히 장관이었다. 환생을 의미하는 연꽃이 유난히 많고 아름다운 것은 어디선가 어린 영혼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못다한 생을 기원함이 담겨있지 않을까...
또한 대원사에는 죽음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조그마한 암자에 관을 배치하고 그 안에 들어가 관뚜겅을 닫음으로 사람이 죽어서의 느낌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사실 두려워 여기까까지는 해보지 않았으나, 바라만 보아도 숙연해 지는 분위기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스님, 보살님 모두 친절하시다. 2006년에 방문했을때는 점심시간을 넘겨 한시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점심 공양을 하고 있었다. 다 들 식사가 끝나는 시간이었음에도 점심공양을 하고 가라면서 식사를 챙겨주시던 보살님들의 정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물에 비벼먹던 그 밥 맛은 맛있는 한정식 집의 잘 차려진 음식보다 더 맛있었 던 것 같다. 올해 다시 찾았던 대원사에서 그 흔적을 다시 느껴보았다. 화려하지 않으나 소박함과 청초함이 대원사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원사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daewonsa.or.kr 이다